박민현 목사
한 대의 열차가 끝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앞쪽 칸과 꼬리 칸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이 열차는 인류가 생존을 위해 만든 거대한 공간이자,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바로 영화 <설국열차>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열차는 멈추지 않고 지구를 순환하며 생존자들을 태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부는 엄격한 계급 사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앞쪽 칸으로 갈수록 부유하고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고, 꼬리 칸은 절대적인 빈곤과 억압 속에 놓여 있습니다. 영화는 이 불평등한 현실 속에서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과, 이를 전복 하려는 사람들의 갈등을 다룹니다.

이 영화를 통해 각자의 현실에 적용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칸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내가 속한 칸에서 나는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지금 이 칸을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입니다. 이러한 ‘질문’은 ‘나’에 대한 ‘성찰’을 전제하는 동시에 ‘우리’가 누구인가 바라보는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앞서 내가 속한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대하여 살피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관입니다.
과거로 부터 인류는 자신이 속한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왔습니다.그러면서, 세상을 단순한 물리적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철학적, 신학적, 문화적 틀을 통해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생존해왔습니다. 이러한 해석의 틀을 우리는 ‘세계관’라 부릅니다. 문제는, 이러한 세계관은 단순히 개인이 선택하여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세계관은 각자가 살아온 환경, 교육, 사회적 경험, 문화적 맥락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형성됩니다.
세계관을 다루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으며, 그동안 철학적, 신학적, 사회학적 연구를 통해 다양한 접근법이 제시되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은 단순히 성경적 가치관을 삶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자, 개인과 공동체의 사고 구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기독교 세계관 논의는 종종 특정한 교리적 틀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개인이 신앙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환경적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성찰은 부족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기독교 세계관은 급격한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세속화의 심화, 개별주의적 가치관의 확산 등은 기독교 세계관의 의미와 역할을 재정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기독교 세계관을 단순한 신념 체계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형성되는 과정과 구조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더욱 공고한 기초 위에 세워나가야 합니다. 본 논문에서는 기독교 세계관의 개념과 역사적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현대 사회에서 직면한 도전들을 분석한 후, 심층적인 기독교 세계관을 정립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겠습니다.
1. 세계관 개념의 등장과 발전
‘세계관’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현대 철학자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태초부터 자신이 속한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개념적 틀을 형성해 왔습니다. 하지만 **‘세계관’(Worldview, 독일어로 Weltanschauung 벨트안샤웅)**이라는 용어 자체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하였으며, 철학과 신학적 논의를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그 시작은 18세기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그의 저서 『판단력 비판』(Kritik der Urteilskraft)에서 세계관이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하였습니다. 칸트는 세계관을 "인간 이성이 경험을 넘어 추구하는 총체적 실재 인식"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즉, 인간은 단순히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성과 직관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칸트는 이 개념을 심화시키지는 않았으며, 단순히 철학적 개념의 일부로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후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G.W.F. Hegel)은 세계관 개념을 발전시켜 역사적 정신(Historical Spirit)의 자기전개 과정으로 해석하였습니다. 헤겔에 따르면 **‘세계관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역사적 과정 속에서 변증법적(Dialectical)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변증법이란 ‘하나의 명제(정, **Thesis)가 반대 명제(반, Antithesis)와 충돌하면서 더 높은 차원의 종합적 개념(합, Synthesis)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개념은 세계관이 단순한 사상적 틀을 넘어, 역사적·사회적 변화 속에서 발전하는 유동적 개념임을 시사합니다. 다음으로, 19세기 철학자 빌헬름 딜타이(Wilhelm Dilthey)는 세계관을 보다 실질적이고 경험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였습니다. 그는 세계관을 **"삶의 총체적 이해 방식"(Totalanschauung des Lebens)**으로 정의하며, 개인과 사회의 경험을 반영하는 해석학적 구조로 보았습니다. 딜타이의 해석은 이후 신학과 철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세계관 연구의 토대를 제공하였습니다.
2. 기독교 세계관의 정립과 발전
19세기 후반, 네덜란드의 신학자요, 정치가였던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는 기존의 철학적 논의를 기반으로 기독교 세계관을 정립하였습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이 단순한 개인의 경건 생활이 아니라, 정치, 경제, 예술, 교육 등 삶의 모든 영역을 포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독교 세계관’(Christian Worldview) 개념을 체계화하였으며, 신앙이 삶 전반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영역주권’(Sphere Sovereignty) 개념을 제시하였습니다. 영역주권의 핵심은 ‘창조-타락-구속’(Creation-Fall-Redemption)이라는 틀로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카이퍼의 사상은 네덜란드 개혁주의 철학자 헤르만 도예베르트(Herman Dooyeweerd)에 의해 더욱 철학적으로 발전되었습니다. 도예베르트는 기독교 세계관이 단순한 신앙적 가치 체계를 넘어, 실재(reality)의 구조를 설명하는 존재론적(Ontological) 개념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현실을 15개의 존재 양태(modalities)로 구분하며, 각각의 영역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 조화롭게 작동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도예베르트 이후 기독교 세계관 논의는 프란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에 의해 대중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쉐퍼는 1955년 스위스에서 ‘라브리 공동체’(L’Abri Fellowship)를 설립하여, 현대 사회에서 기독교 세계관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강의하고 논의하였습니다. 그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분석하며 기독교 세계관이 현대 문화 속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연구하였습니다.